개구멍과 나

열여섯 살 무렵, 책상 하나 겨우 들어가는 작디작은 내 방 창문을 열면 내 모교인 중학교가 바로 보였다. 학교 울타리를 접하고 있어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그곳은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면 후문을 꽁꽁 잠가 두었다. 빼~앵 돌아 정문까지 가려면 자그마치 5분이나 걸어야 한다. 주말이면 후문은 언제나 굳게 잠겨있었다. 나는 어딘가에 다녀올 때면 학교를 한 바퀴 돌아오기보다는 정문으로 들어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개구멍으로 나오는 그 지름길을 종종 이용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주말에,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매우 지친 상태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