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의 남매가 남긴 글

시대를 앞서간 동생 허균과 규율에 매인 누나 허난설헌 남매의 사연 그리고 그들의 끝은 처절하고 이른 죽음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울 뿐이다. 뜻을 다 펼치지 못하고 떠난 천재들의 슬픔의 척은 지금도 이 땅에 남아 흐르고 있을까? 허균의 척독문처마엔 빗물 쓸쓸히 떨어지고, 향로엔 가느다랗게 향기 풍기는데, 지금 친구 두엇과 함께 소매 걷고 맨발로 방석에 기대앉아서 하얀 연꽃 옆에서 참외를 쪼개 먹으며 번우한 생각들을 씻고 있네. 이런 때 자네가 없어서는 안 될테지. 자네 집 사자 같은 늙은 아내가 반드시 고함을 지르면서 자네 얼굴을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