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수를 위한 변명

수천 년 우리 어머니들이 ‘정안수’라 부르면서 지성을 드려온 새벽 심연의 우물물이 불과 십 수 년 전부터 졸지에 ‘정화수’로 이름표를 바꿔달았다. 이름표를 바꿔단다는 것은 단순히 명칭이 바뀌는 것 이상으로 그 정체성의 혼돈을 가져오는 크나큰 이변이다. 그러나 이 오랜 역사의 반역에 대해 어느 누구도 그런 변화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답에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할 변론거리들을 찾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이는 민속과 신화 속에 내재된 역사의 흔적들을 읽어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비극이다. 정화수 아닌 정안수여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