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이 사용하는 말들의 원형을 찾아가는 작업은 중요하다. 인간이 내뱉는 말에는 어떤 의지와 파동이 스며 있다. 말에는 역사적 전통과 어떤 기운이 서려 있기 때문에 언어의 원형을 왜곡하고 잘못된 것은 그 말이 갖는 에너지와 역사성이 사라진 기능적인 역할만 활용할 뿐이다.

고릿적

‘고려 때’라는 의미다. 더 정확히는 ‘고려 시대’를 가리킨다. 나라 이름으로 쓸 때는 ‘고리’라 한다. ‘고리’를 ‘고리나 대오리로 엮어서 상자같이 만든 오래 된 물건’으로 이해하고, ‘적’을 ‘짝’, ‘쩍’으로까지 바꾸어 ‘고리짝, 쩍’으로 바꾸어 쓰기도 한다.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고릿적’은 ‘고렷적’으로 그리움의 대상이자 극복의 대상이기도 했다. 혼돈의 조선 초기 보다 좋았던 고려 시대를 추억했다. 지나간 시기와 단절하며 새로운 시대 상황에 적응하기를 모색하였을 수도 있다. 조선은 “웬 고리짝 같은 소리냐?” ‘낡고 진부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황제국 高麗를 폄하한 시대적 비애가 낳은 낱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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