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짱짱, 허리는 낭창, 짱짱 낭창 프로젝트.12

Picture of 이길우
이길우


두발로 서서 생활하는 인간에게 허리 통증은 어쩌면 숙명(宿命)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살아가면서 요통에 시달린다. 체중의 60%를 지탱하는 허리는 지구 중력과 상체의 무게를 버티다가 뒤틀리고 휘거나 고장난다. 네발로 다니는 동물들에게는 없는 요통이라는 질병을 인간은 신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증명사진을 찍을 때 흔히 “고개를 약간 돌리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자신은 똑바로 고개를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6시 5분의 자세를 자신도 모르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척추가 휘었을 때 몸은 균형을 잡기 위해 목뼈도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것이다.
가정주부의 허리는 혹사 당한다. 식사, 빨래, 집안 청소, 육아 등. 아침에 눈을 뜨면 잠시도 쉴새 없는 주부들이다. 실제 요통 환자의 절반이 가정 주부들이다. 또 사무직 노동자들도 오래 의자에 앉아 있어서 허리가 휘고, 운동부족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치며 요통에 시달린다.
간난아이부터 걷기 훈련을 제대로 못하고 보행기에 앉아서 편하게 자란 아이들은 허리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일찍부터 허리 통증에 시달린다. 앉아서 컴퓨터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현대인은 다른 질병보다 요통에 쉽게 노출된 상황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무리를 해 허리가 삐걱하는 이유는 허리가 우리 몸을 지탱하는 힘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디스크라는 질병은 대부분 요추 5개에서 탈이 난다.
척추가 휘면 왜 통증이 발생할까? 척추를 연결하는 디스크(추간판)은 쿠션 역할을 하며 수만개의 신경 통로 역할도 한다. 허리가 휘어 디스크를 압박하면 척수에서 나와 내장을 연결하는 신경이 눌리며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척추를 똑바로 세워야 한다. 척추는 정면에서 보면 일자이나 옆에서 보면 부드러운 S자이다.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다.
나이가 들면 디스크에 있는 수분이 줄어든다. 노화하며 키가 2~3cm 줄어드는 이유이다. 운동을 통해 척추를 바로 세우면 줄어든 키도 늘어난다.
허리 통증을 해소하거나 줄이기 위해선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척추를 보호하는 근육을 튼튼하게 해야 통증에서 시달리지 않는다. 여러가지 허리 강화 운동이 있는데, 누워서 상체와 하체를 뒤트는 운동은 쉽기도 하고 효과도 빠르다. 어렵지 않다. 평생 물리치료를 강의한 전직 대학 교수는 이 동작을 아침 저녁으로 10분씩하면 요통 해소에 가장 큰 효과를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했다고 말했다.
편히 누워 온 몸의 긴장을 푼다. 몸을 왼쪽으로 틀어 오른손으로 왼발을 당긴다. 왼손으로는 오른발의 무릎을 바닥쪽으로 압박한다. 고개는 오른쪽을 바라본다. 양쪽 어깨는 최대한 바닥에 붙힌다. 이 자세는 요추를 중심으로 상체와 하체의 방향이 반대가 되며 허리 근육을 강화한다. 호흡은 편하게 한다. 30초 가량 이 자세를 유지하다가 방향을 바꾼다. 상체를 오른쪽으로 틀고 왼손으로 오른발을 잡아 당기고, 오른손으로는 왼발을 바닥쪽으로 압박한다. 고개는 왼쪽을 바라본다. 역시 30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다시 방향을 바꾼다. 허리 근육을 마치 젖은 수건 짜듯 뒤튼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자세 잡기가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허리의 앞인 배의 근육(코어 근육)이 약해져도 허리는 굽어진다. 단전의 힘이 짱짱해야 허리가 반듯이 선다. 한민족 전통 신선술인 혈기도에서는 하단전 단련에 집중한다. 도교에서는 인체에 세 개의 단전이 있다고 한다.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이다. 상단전은 두 눈의 사이인 미간에 있고, 인간의 인식, 영감, 창의성, 통찰력 등의 고급인지 능력을 담당한다. 중단전은 심장을 중심으로 하는 가슴의 중앙으로, 자비, 사랑, 연민 같은 감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하단전은 배꼽아래 10cm 아래, 배꼽과 명문혈의 중간 안쪽에 위치한다. 하단전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신체의 균형과 생존, 번식 등 몸의 중심이다. 하단전을 강하게 하는 것은 인간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안정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기초이다.


누워서 고개를 들고, 두 발을 모아서 쭉 뻗는다. 기운을 단전에서 발가락 끝으로 보낸다고 생각하자. 숨을 내쉬면서 두 다리를 높이 천천히 들어 올린다. 지면에 수직이 되게 힘차게 올린다. 숨을 들이 마시며 두 다리를 내린다. 지면에 발 뒤꿈치가 닿지 않도록 내린뒤, 숨을 내쉬며 다시 올린다. 힘들다고 빨리 하면 안된다. 최대한 천천히 한다. 100회 정도를 하고 쉰다. 하단전에 힘이 ‘빵빵’하게 모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소림사의 스님들은 평소 신체 단련을 위해 무술을 수련하다가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절을 벗어나 속세에 투신했다. 소림 무술은 그런 전통의 흐름 속에 현대 사회에서도 중국 무술의 대명사가 됐다. 소림 스님들의 수련 체계 가운데 웅장하고 엄숙한 짜임새로 유명한 ‘나한13식 기공’이 있다. ‘나한 13경(經)’이나 ‘소림13공(功)’이라 부르기도 한다. 13개의 간결한 초식이 모두 서서 제자리에서 하는 입식이라는 특징이 있다.
나한(羅漢)은 오랜 수련을 통해 일체의 속세적인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는 불교의 성자이다. 소승불교에서는 수행자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른 이들이고, 대승불교에서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 대중을 구제하는 임무를 받은 이를 지칭한다. 불가의 제자 가운데 부처의 경지에 오른 16명의 제자는 ‘16나한’으로 불리는데, 이들은 뛰어난 능력으로 열반에 들지않고 세속에 거주하면서 불법을 수호하는 존자(尊者)다.
나한 13식 기공은 각 초식마다 특징을 알수 있는 명칭이 있다. ‘노승 장작패기’ ‘나한 장삼 펄치기’ ‘양손으로 태산밀기’ ‘구름속에서 타격하기’ ‘호랑이 머리 감싸기’ 등등. 첫 번째 초식인 ‘노승 장작패기’는 실제로 도끼를 들고 굵직한 장작을 패는 형상으로 기운이 넘치는 동작이다.


준비 동작으로 정면을 보고 합장한 채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두 손을 어깨 높이로 오르내리며 단전에 기운을 모으는 호흡을 깊이 한다. 오른쪽으로 몸을 틀고, 오른손을 부드럽게 머리 위로 올린다. 왼손을 오른손 팔꿈치 높이로 따라 붙인다. 이때 오른발 무릎을 들어 올리며 중심을 잡는다. 이어서 오른발을 앞으로 기운차게 내 딛는다. 궁보(弓步)의 자세이다. 동시에 오른손을 도끼라고 생각하고, 지면을 향해 힘차게 내려 친다. 오른발 무릎 높이에서 절도있게 멈춘다. 허리는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을 응시한다. 방향을 바꾸어 왼쪽을 향한 뒤, 왼손을 머리 위로 부드럽게 들어 올리고, 왼쪽다리 무릎을 굽힌채 들어 올린다. 같은 요령으로 왼손을 도끼라고 생각하고 힘차게 내려 찍는다. 왼쪽 다리는 앞으로 뻗어 궁보 자세를 취한다.
죄우로 3회를 하고 준비자세로 돌아와 호흡을 고른다. 속세의 인간 차원을 넘어선 나한(아라한)의 동작이다. 모든 번뇌를 장작패듯 쪼갠다는 생각을 하며 동작을 해보자. 몸과 마음이 구름 위로 날아 오른다.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