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짱짱, 허리는 낭창, 짱짱 낭창 프로젝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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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그 사람 몸집이 좋아’
‘몸집’이 무엇일까? 단순히 덩치가 좋다는 말인가?
몸집은 말 그대로 ‘몸’의 ‘집’이다. 대체로 오장육부가 자리잡고 있는 상체의 상태를 보고 평가하는 말이다. 집이 좁으면 생활이 불편하듯이, 몸집이 좁으면 그 안에 있는 장기(藏器)들이 불편하기 마련이다.
물론 몸집이 크다고 꼭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적절한 크기의 몸집을 유지하고, 그 안에 세들어 사는 각종 장기들이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활발히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면 건강한 삶이 보장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몸집을 애써 좁히면서 산다.
우선 컴퓨터와 함께하는 삶 탓이다.
노트북을 앞에 놓고 작업하는 이는 대부분 가슴을 좁히고 살아가야 한다. 자판을 두들기는 두 팔이 가슴을 좁힌다. 핸드폰도 쪼그린채 보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부분 시간을 앉아서 보내니 허리가 굽혀진다. 몸집은 더욱 작아진다. 구부려진 척추가 좌우로 휘기까지 하면 몸집 안에 있는 허파와 심장, 위장과 소장, 대장 등 각종 내장들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몸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는 우리는 그 비명소리를 듣지 못한다. 신호가 와도 애써 외면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지.
아프기 전에 내 몸과 친해지고, 진정 몸을 사랑하는 길을 찾아 나서자.
편히 앉아서 몸집을 키우고, 명상도 하면서, 단전호흡까지 할 수 있는 동작이 있다. 한민족 전통 신선술인 <혈기도>의 예비행공 첫 동작이다.


11가지 예비행공을 다해도 좋지만 한가지만 반복해 해도 좋다. 어렵지 않다.
반가부좌한 상태에서 두 팔을 어깨 높이로 벌리는 것이다. 천하를 품는 마음으로 두 팔을 최대한 양쪽으로 벌려보자. 그동안 좁은 방구석에서 비명을 지르던 몸집 안의 각종 장기들이 편안한 상태에 접어든다. 공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은 곧바로 온다.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리면 갈비뼈가 최대한 벌어지며 숨 쉬기가 좋아진다. 허파가 편해진 것이다. 두 팔을 어깨 위치보다 뒤로 조금 더 제켜보자. 척추가 덩달아 쭉 펴진다. 특히 허리를 구성하는 요추가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다.
주말 산행을 가서 산속에서 쉬는 시간에도 이 동작을 해보자. 깊은 계곡을 나는 독수리가 날개를 쫙 펴고 활강하는 느낌을 가져본다. 열 개의 손가락 끝에 힘을 강하게 보내 본다. 내 몸에 있는 나쁜 가운을 열 손가락 끝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손바닥 한 가운데 있는 노궁혈(勞宮穴)로 하늘의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자.
손바닥을 힘있게 펴면 펼수록 손바닥 한 가운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깊이 숨을 쉰다.
배꼽 아래에 있는 단전이라는 조그만 점이 숨을 들이 쉴 때마다 주먹만큼 커진다고 생각하자.
천천히, 깊게, 가늘고, 자연스럽게 호흡을 계속하자. 익숙해 지면 한 호흡에 두 팔을 펼쳤다가 천천히 두 팔을 걷어들인다. 그리고 머리를 정리하자. 실타래처럼 얽힌 나의 생각을 조금씩 정렬시켜본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 동작을 처음부터 해 본다. 반가부좌한 상태에서 두 손바닥을 배꼽 주변에 모아 서서히 명치로 끌어 올린다. 숨은 천천히 들이쉰다. 명치까지 들어올린 두 손바닥을 양쪽으로 서서히 벌린다. 그리고 쫙 펼치면 된다.
들이쉬다가 숨이 꽉 차면 조금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쉰다. 숨을 서서히 내쉬면서 손바닥을 땅쪽으로 향한 채 천천히 내린다. 다 내린 두 손은 배꼽 주변으로 모은다. 다시 숨을 들이 쉬며 다시 두 손바닥을 명치로 올린다. 느긋하고, 침착하게 반복한다. 이런 호흡을 습관화하면 배는 나도 모르게 짱짱해지고, 힘이 생긴다. 배짱이 든든한 것이다.


평소 화(火)가 많은 이들이 이 동작을 하면 자주 좋다. 열(熱)을 잘 받는 이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하지 못하다.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자주 화를 내고, 열을 받으면 당연히 수명도 단축된다. 화를 내면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기(氣) 운동하는 이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은 머리를 차고, 배는 따뜻해야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머리가 열받아 뜨거운 상태에서는 아래서 물을 올려 식히고, 더운 기운은 밑으로 내려야 한다. 가능한 화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고, 화가 나더라도 신속히 사라지게 해야 한다. 어떤 이는 술을 마셔 해소하고, 어떤 이는 쇼핑을 해서, 어떤 이는 격렬한 운동을 해서 해소한다.
이제는 화가 날 때마다 편히 앉아 두 팔을 쫙 펼쳐 단전 호흡과 명상을 하며, 그 화를 내 몸에서, 내 정신에서 가능한 빨리 사라지게 만들자.
몸은 겉으로 보이는 마음이고, 마음은 보이지 않는 몸이다.
몸이 망가지면 마음도 덩달아 무너진다. 몸을 보배스럽게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몸은 결코 마음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비위를 맞추고, 아부를 해야 한다.
이제 허리를 뒤틀어 보자.


허리는 전후좌우 운동이 모두 중요하다. 특히 자주 회전운동을 시켜야 한다.
허리는 몸의 중심이자, 최고 요충지이다. 허리에 힘이 빠지면 만병에 찾아온다.
오형기공(五形氣功)는 용, 호랑이, 표범, 뱀. 학 등 다섯 동물의 대표적인 동작을 따라하는 기공체조이다. 복잡하지 않다. 굳이 다섯 동물의 동작을 다 하지 않아도 된다. 내 몸에 맞고, 내 몸이 가능한 동작을 찾아 매일 반복적으로 하면 된다. 복잡한 동작을 배우려고 애쓰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용형(龍形)은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을 본떠 만든 동작이다. 승천하는 용의 힘찬 기운을 상상하자. 동작은 간단하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굳어있는 허리에 품질 좋은 윤활유를 듬뿍 부어주는 동작이다.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자연스럽게 굽힌다. 왼손을 아래, 오른손을 위로 가슴 앞에서 둥글게 모양을 잡는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내가 중간에서 조화롭게 융합시킨다고 생각한다. 왼발을 옆으로 뻗으며 오른발의 오금을 쭉 편다. 동시에 왼손 손바닥을 어깨 높이에서 위로 하고 팔꿈치를 구부린 채 뒤쪽으로 회전한다. 오른손 바닥도 위로 한 채 머리 위로 올려 함께 회전한다. 숨을 서서히 내쉬면서 허리를 가능한 최대한 회전한다. 마른 수건 짜듯히 정성을 대해 뒤튼다. 허리는 힘을 완전히 뺀 이완의 상태.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두 발의 위치와 자세를 바꾸어서 허리를 회전시킨다. 손바닥은 하늘로 향하고 허리에는 힘을 빼고, 최대한 뒤로 회전한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죄우로 천천히 10번만 해도 굳어진 허리가 낭창낭창하게 부드러워진다.


하루의 시작인 새벽 기운을 느끼며 가슴을 펴고, 허리를 돌려본다.
저 멀리 동이 트는 배경이면 더욱 좋다.

산속에 사는 신선은 없다.
산속에 사는 건강하신 어르신들이 현대의 신선들이다.
우리는 그나마 산속에서 살 수 없다.
일상 속에서 신선들처럼 살아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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