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라는 것은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천일결사 기도를 할 때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겠습니다’ 하는 명심문으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성취해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만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나 나만의 주관을 가지고 일을 해야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방향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 목소리가 강해지기도 하고, 그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강력히 어필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 가족들이나 혹은 나와 친밀한 사람들한테는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됩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수행의 자세로 대하기가 힘든 경우가 너무 많아요. 사회 속에 섞여 살아가는 저로서는 어떤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해야 하나요?”

질문자는 그렇게 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는 화를 참는 게 그런대로 쉽지만 아내나 남편, 부모나 자식 등 친한 사람한테는 화를 잘 내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보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짜증을 잘 내게 되고, 낯선 사람이나 바깥사람들에게는 감정을 잘 조절하고 참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방심하기가 쉽고, 그 사람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있고, 또 자기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깥사람들은 자기와 다를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가까이 있는 사람은 자기와 같을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기 때문에 다른 점을 발견했을 때 자꾸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겠습니다’ 이 말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서로 다르다’ 하는 뜻입니다. 생각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판단도 다르고, 느낌도 다릅니다. 그러니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의미예요. 내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존중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존중이에요.

그런데 가족 간에는 나와 다른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잘 안 됩니다. ‘적어도 내 남편이고, 내 아내이고, 내 자식이면, 나처럼 생각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친한 사람 사이에 짜증이나 화가 많이 올라옵니다.

회사에 가거나 밖에 나가서 만나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상당히 나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화나 짜증을 덜 내게 됩니다.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화를 많이 내는 이유는, 윗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랫사람이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안 맞을 때 화를 내거든요.

그런데 질문자는 오히려 밖에서 화를 많이 낸다고 했는데, 만약 질문자가 회사에서 윗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아랫사람이 자기처럼 생각하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아랫사람인데 윗사람에게 화를 자주 낸다면,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봤을 때 조금 시건방진 사람에 속해요. 윗사람에게 나처럼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건방진 생각입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건방진데, 하물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그렇게 한다는 건 더 건방진 생각입니다. 거기다가 회사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자기가 옳다고 합리화하고 있는 거예요.

이와 비슷한 말로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 이런 말이 있어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좀 이념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거든요. 각자 자기주장이 강해서 늘 분파가 생기고 분열을 하다가 망하게 된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조금 진보적인 사람들을 보면 화가 더 많아요 길거리에서 데모를 해도 더욱 분노에 차서 데모를 하죠. 왜냐하면 이념적인 사람은 자기가 옳다는 주장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화가 안 납니다. 만약 정말로 사회 정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그 일을 추진하면 돼요. 부처님께서는 화를 내지 말고 평화적으로 추진을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화가 일어나면 무력을 쓰고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거예요.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지만 사회 정의를 위해서 내 뜻을 관철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내가 옳고 남이 틀렸다는 생각은 맞지가 않다는 거예요. 다름을 인정하면 적어도 화는 나지 않습니다. 화가 날 때는 대부분 자기 것이 옳고 남의 것이 틀렸다고 생각할 때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안 할 거야.’

이건 괜찮다는 거예요. 그 사람이 뱀을 좋아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러나 나는 뱀을 안 좋아할 수가 있고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사람이 뱀을 좋아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개인 간의 관계든, 직장동료 간의 관계든, 국가 간의 관계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내 뜻을 관찰시키지 못했을 때 좌절하고 절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주장하는 건 그들의 생각이고,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 갈 길을 간다.’이렇게 생각하면 화를 내지 않고도 꾸준히 어떤 일을 추진할 수가 있습니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

전적으로 옳은 일이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옳은 생각은 다만 어떤 상황에서는 옳을 수 있는 생각일 뿐입니다.

완전히 이것만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것입니다.

나의 생각을 상대에게 주입하려 하지 마세요.

내 옳은 생각을 상대도 옳다고 맞장구 쳐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모든 생각들은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 받아들일 열린 마음을 가지세요. 옳다 그르다고 단정 짓는 말은 아주 위험합니다.

법륜 스님(정토회)


일본 사람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건 일본 사람 입장에서 그럴 수 있는 일이고,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일본 쪽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나 그건 그들의 생각이지 내가 거기에 동조할 필요는 없잖아요.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보는 것이고,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그렇게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대부분 게릴라전이나 테러는 힘이 약한 쪽에서 합니다. 정규전으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힘이 강한 쪽에서는 이것을 굉장히 나쁘게 표현하죠. 내가 그들의 생각에 끌려갈 필요도 없지만,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