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무엇에서 왔는가

설은 무엇인가 솟다 해가 솟다. 그게 새해 아침의 이미지다. 해가 우리 천손민족에서는 하늘이 이미지며 천신의 의미로 통한다. 모든 것이 해를 신봉하는 천신 사상으로 우리민족은 시작된다. 해가 솟다 솟다가 설로 음운 변화를 일으키며 설로 굳어 졌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부분 우리민족의 역사성은 해와 연관이 된다. 고구려와 백제를 세운 여자가 소서노다. 소서노 역시 솟은 해의 음차로 변해서 소서노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설 역시도 ‘서다’- ‘솟다’ 로 소급해 갈 수 있다. 여기서 솟대가 나오고 소도가 나오고 수두도 같은 음역에 속한다. 원시 음의 분화 이전으로 거슬러 오르면 만나게 되는 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는다. 만약 음력 섣달 그믐날에 태어난 아기도 그 다음 날 설날이 지나면 비록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된 아기지만 금방 두 살이나 된다. 최근 만 나이로 바꿔 만이라는 계산법이 나오기도 한다. 나이 계산 방법에 의하면 그 아기는 분명히 두 살이다. 태어나면 곧 한 살이 되고, 다시 한 설을 지나면 한 살을 더 먹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도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해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한 살씩 더 먹는 날을, 서양처럼 각자 생일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정하지 않고 모두 설날로 정했다. 새로운 뜻을 가진 사물이나 현상이 생기면, 이것에 전혀 생소한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단어들의 자음이나 모음을 바꾸어 가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간다. 이것을 보통 단어의 파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국어에서는 이와 같이 모음만 바꾸어서 그 뜻을 조금씩 바꾸어 간 것이 무척 많다고 본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머리’와 ‘마리’가 있는데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사람의 머리마리라고 했다. 그것이 머리산이 마리산 그리고 마니산으로 변해 간 것이다. 또 ‘남다’와 ‘넘다’가 있는데 남으면 넘치게 되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이른바 의성·의태어는 모음을 달리 해서 그 미세한 뜻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무쪼록 설날은 한해의 처음으로 낯설다. 설익다 등의 의미도 갖고 있을 것이고 나는 새로운 한해를 맞으면서 설레다라는 아원을 차용해 보기로 한다.

글 | 정우제(편집국장)

Share: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