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화채와 ‘앵두회’

앵두라는 열매 너무 작아서 입에 씹는 맛도 포식감을 줄 수 있겠는가. 울타리나 우물가에 심어져서 감질만 나는 열매 같아서 길을 지나치자가도 목격해도 본체만체 지나치기도 한다. 꽃과 열매는 관상용으로 즐기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이스라지’라고 부른다.

꽃말은 ‘수줍음’ 앵도나무는 ‘오직 한 사랑’ 그리고 형제애를 나타내기 한다. 다만 궁핍한 시대에 보리고개에서 따먹던 구황식품의 하나이거나 남녀끼리 주고받거나 에로틱한 상징의 열매로만 치부하고 말았던 추억을 소환해주고 있을 뿐이다.

앵두(樱桃)는 오디, 산딸기, 체리 등과 함께 단오 제철 과실이다. 앵두와 체리는 피를 맑게 하고 위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고, 단오 무렵부터 더위에 시달려 떨어진 입맛을 다시 돋우는 역할을 한다. 앵두는 빛이 곱고 맛이 달며 새콤하여 즐겨 먹고 있는데, 화채를 만들어 먹거나 과편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앵두가 청량제이고, 독이 없으며 비기(脾氣)를 돕고 안색을 곱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화성(火性)을 가지고 있기에 너무 많이 먹을 것은 못된다고 하고 씨에는 독성이 있다고 한다.

단오에는 몸을 보양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로 우리 선조들은 수리취떡, 앵두화채, 앵두편(앵두의 씨를 빼고 체에 거른 다음에 녹말과 꿀을 치고 약한 불로 조려서 엉기게 하여 굳힌 음식), 제호탕 등을 먹었다. 제호탕은 여러 한약재를 곱게 갈아 꿀을 넣고 끓인 청량음료의 일종으로, 여름철 기력을 보강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하여 단오날이 되면 임금님께 바치기도 했다. 그 중 수리취떡은 대표적인 단오 음식이다. 수리취는 우리나라 전역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산나물의 왕으로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했다. 단오의 대표적인 후식은 앵두화채와 제호탕이다. 둘 다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하고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데에 효과적이다. 단오 때 익는 앵두는 제철과일이라 하여 새로 수확한 앵두를 조상에게 바치고 제사를 지내는 단오절사(端午節祀)를 하기도 한다. 궁중에서는 임금을 가까이 모시던 신하에게 앵두를 나눠주는 풍습도 있었다. 앵두천신(樱桃薦新)으로 단오날 그해에 처음으로 익은 앵두를 종묘에 올리고 벼슬아치에게 나누어주던 세시풍속이다.

앵도(櫻桃)라고도 한다. 이 앵두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제민요술 齊民要術≫에 재배의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우리도 일찍부터 식용했다고 추측된다. 고려시대의 ≪포은집 圃隱集≫에도 등장하고 있다.

청와대를 개방한 뒤 칠궁으로 들어가 보면 냉천(冷泉)을 만날 수 있다.

냉천은 냉천정(冷泉亭) 뒤편에 있는 우물이다. 냉천 주변으로 앵두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앵두들이 바닥에 덜어져 있었다.

냉천정 건립 기록이 자세히 전해지지는 않으나 숙빈묘라는 이름으로 육상궁이 처음 건립된, 영조 초반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쪽 두 칸은 온돌방, 동쪽 한 칸은 대청으로 되어 있다. 냉천정에는 영조의 어진이 보관되어 있었다.

냉천 북쪽 장대석에는 재위 3년째가 되던 1727년 3월 육상궁에 거동한 영조가 지은 오언시가 새겨져 있다.

임금의 글월을 새기다

御墨雲輪

냉천이 옛날에는 영은에 있었고

昔年靈隱中

오늘은 이곳 정자에 있구나.

今日此亭內

두 손으로 맑은 물을 어루만지니

雙手弄清猗

냉천이 가히 좋구나.

冷泉自可愛

정미년(1727년) 3월 10일

냉천정 아래엔 자연(紫淵)이란 고려형 연못이 있다. 냉천정 남쪽 아래에 있는 네모난 연못으로 냉천에서 나오는 물이 이곳으로 흘러들어 간다. 화강암의 장대석을 쌓아 만들어졌으며 가로 7.5m, 세로 6.3m, 수심 0.9m이다. 연못의 남쪽 면에는 ‘자연’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어 이 연못의 이름이 자연임을 알 수 있다.

한 때 앵두가 익을 때인 5, 6월이면 서울의 남녀는 송동과 성북동에 가서 놀기도 했는데 이를 ‘앵두회’라 했다.

글 | 정여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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