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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한

한국의 70년대는 다자녀에 폭발적 인구 증가의 시기였다. 그래서 그 시기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은 항상 경쟁 속에서 살게 되고, 마음 속에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여 다른 사람한테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또한 사회도 좁은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그 사람들 사이에 서열을 매겨서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유도하기도 하였다. 아마 우리나라 사회의 서열화는 그런 과정에서 생기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서양 사상의 직선적인 체계에서는 경쟁과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 우월과 열등이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살다 보니 다툼도 많이 생기고 그 다툼에서 지게 되면 인생을 모두 잃은 것 같은 느낌으로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 역시 이런 사회에서 경쟁에 치이고, 실패의 어려움으로 고통받은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내가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을 생각해 본다. 동양의 오랜 사상들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의 기본 이론인 음양과 오행은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더 좋거나 더 나쁘지 않다. 내가 아는 어떤 한의사는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 “성공의 허무함, 실패의 편안함” 성공을 하면 뛸 듯이 좋지만 그 성공이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한가를 돌아보니 허무한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고, 실패를 한 경우에 돌아보면 차라리 실패하니 더 이상 떨어질 것이 없으니 마음이 도리어 편안해 진다고 보았다.
가령 음양을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陰(음)과 陽(양) 중에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여자와 남자만 보더라도 각각의 특징이 있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지, 서로 비교를 하여 어떤 성별이 다른 성별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보더라도, 부자가 항상 좋을 것 같지만 부자는 몸이 편하지만 마음이 힘들고, 가난한 사람은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안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부자는 물질의 혜택을 누리지만 재산을 지켜야하는 수고와 관리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물질의 부족으로 고생하지만 재산 지킴과 관리의 어려움이 없다. 음양 이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자는 육체적인 편안함을 가졌기 때문에 육체적인 활동을 하여 건강을 잃지 않고, 정신적인 겸손함을 길러야한다. 가난한 이는 육체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육체적 병을 조심해야하고, 정신의 안일함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정신적 단련에 더욱 정진해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오행을 생각해보면, 오행은 木(목), 火(화), 土(토), 金(금), 水(수)로 세상 만물을 각각의 특징으로 5가지로 대별하여 배속하였는데, 서로 상생과 상극에 의해 상호 도움을 주거나 상호 제약을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것이 특별하게 다른 것에 비해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 이것은 마치 “가위, 바위, 보”처럼 “가위”는 “보”를 이기지만, “가위”는 “바위”에는 진다. 즉, 세상에 무조건 이기는 것은 없고 서로 얽혀 돌아갈 뿐이다. 우리 세상의 직업을 예로 든다면, 어떤 직업이 항상 좋은 면만 있거나, 항상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직업이 어떤 면에서 다른 어떤 사람의 제어를 받아 힘들더라도, 무조건 불리한 것만 아니다. 그 직업은 또 다른 직업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으로 제어를 받던 직업에 또 다른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세상 많은 것들은 음양오행의 이론으로 살펴보면, 어떤 것이 어떤 것보다 항상 우월하거나 항상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호 제어하고 상호 보완되어 세상이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다.

처음 한의학의 음양오행의 이런 원리를 듣게 되면, 현대 교육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달라서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 세상은 동양의 음양오행법칙이 간단하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더 좋은 방법이 될 때도 많다. 예를 든다면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먹이 사슬의 가장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겉으로 먹이 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간은 결국 작고 보잘것 없이 보이는 미생물의 먹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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