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을 먹으며 풍요로운 다이어트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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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

왜 대보름인가?
유독 정월에 뜨는 보름달은 ‘대보름’이라고 칭한다. 아마 새해 들어 처음 맞는 보름달이라서 대(大)자를 붙인 건 아닐까?
정말 대보름달의 달은 더 큰가?하고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다.
실제로 어릴 적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답인 즉 “정월에 뜨는 보름달이 가장 크게 보인단다.”
정말 그럴까? 아마도 한겨울 적막한 동산에 둥실 떠 있는 달만 몰입해서 볼 수 있으니 더 크게 보이는 건 아닐까?
고래(古來)로부터 인간의 가장 관심사는 해와 달이었던 것 같다. 자연현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니 원시부터 숭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우리 세시풍속(歲時風俗)에서 정월 대보름은 큰 민속절이었다. 정월 초하루가 새해 첫날이라고는 하나 가만 생각해보면 실제 한 해의 시작은 보름달부터인 것 같다. 집집마다 사물놀이 패가 떠들썩하니 지신밟기(터의 액운을 막는 의미)를 해주며 한 해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다.
보름달 아래서 하는 ‘쥐불놀이’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불을 보는 것만으로도 추위가 녹는 듯 즐겁기만 했다.
이 보름날까지가 농한기로 농사의 시작은 보름날이 기점이 되었다.
새해의 인사도 보름날까지가 유효기간이다. 보름 안에는 세배도 인정되어서 설에 고향에 못 온 외지인들은 보름 안에 세배 인사를 하곤 했다. 이런 의미로 대보름날은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기점이었던 것 같다.

그럼 겨울의 한 가운데 정점을 찍는 추운 대보름날엔
무엇을 먹었을까?
그건 놀랍게도 뜨거운 국물이 아닌 나물이 주인이었다.

겨울의 보양식이 나물이라는 게 좀 아이러니 하다.
뜨거운 탕이 아니고, 한 겨울에 나물이라니…….
그러나 여기서 우리 조상의 놀라운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한 겨울에 가장 부족한 영양소는 비타민이란다. 채소에 함유한 비타민C, 비타민D, 칼륨 등 같은 영양소 말이다. 요즈음 특히 비타민 D의 중요성이 강조 되고 있다. 그래서 태양에 말린 건나물이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D의 중요성이 살아나고 있다.
조상님의 탁월한 지혜가 엿보인다.
‘보름날엔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을 먹어야 복이 들어온다’하여 저장해 두었던 온갖 나물이 전부 나온다.
어릴 적 보름날에 먹었던 나물의 종류가 아련하다.
생각나는 대로 열거 해보면 ? 고사리 ? 취나물 ? 아주까리 ? 말린 애호박 ? 말린 가지 ? 무나물 ? 고구마순 ? 옻순 ? 망초대나물(토란줄기, 곤드레, 엄나무순) 등 이 날은 희귀한 나물이 나오는 집이 짱이었다.
또 보름나물 흠뻑 많이 해 놓고 서로 나누어 먹었다. 서로 다른 아홉 집의 나물을 먹어야 액운도 막고 건강하다 하여 서로 주고받고 나누어 먹었다.
각색 나물을 섭취할 수 있으니 건강 할 수밖에…….
추운 밤 논과 밭을 쏘다니며 놀다가 출출하면 동네 아무 집이나 열린 부엌에 들어가 부뚜막에 놓인 이집 저집 나물을 커다란 양푼에 수거하며 ‘오곡밥을 넣고 비벼서 아홉 그릇을 먹어야 좋단다’하면서 앞다투어 먹던 추억도 생각난다. 이때부터 비빔밥의 시작이 되지 않았을까?
그 가난했던 60년대의 어린 시절엔 무너진 돌담도 좋았다. 옆집으로 넘어가기도 수월했고 돌담 너머로 서로 얼굴도 볼 수 있었다. 자꾸 사라져가는 세시풍속(歲時風俗)에 세월이 가는 지 오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아파트 옥상에서 달빛을 받으며 서로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을 나누어 먹으며 대보름날을 기억하면 안 될까? 그러면 ‘세월이 가는 구나! 정월이네’하고 늙어감도 실감할 것 같다.
차가운 겨울 밤, 둥실 떠 있는 달빛 받으며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로 포식하며 풍요로운 다이어트를 꿈꾼다.


낙엽도 살려내는 보름나물


▣ 건나물 삶기
3배 정도의 넉넉한 물에 불린다.(온수면 더 좋다)
5배 정도의 충분한 물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 끓으면 찬물을 보충하고 중불에서, 끓으면 다시 찬물을 보충해서 약 불에서 은근히 뜸을 들인다. 잎이 다 퍼지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고 7~8시간 정도 뜸을 들인다. 줄기가 물러졌으면 꺼내 찬물에 깨끗이 헹군다.
원물 크기의 90%정도 불렸을 때가 가장 이상적이다(마른 나물이 다시 살아난 느낌)


▣ 고사리, 아주까리 등 독성이 있는 나물은 말리기전 삶아서 독성을 뺀 뒤 말린다.


▣ 나물 볶기
잘 삶아진 나물은 먹기 좋은 크기(3cm 정도)로 자른다.
넓은 팬이나 볼에 넣고 나물에 따라 들기름, 참기름, 식용유, 파, 간장(10분 정도 두어서 간이 배면) 팬에 넣고 약 불에서 데우는 기분으로 은근히 볶는다.(나물에 따라 불 조절이 다르다.)
간이 충분히 배고 부들부들 해지면 꺼낸 후 참깨나 나물에 따라 들깨가루를 뿌려 완성한다.


▣ 나물 담기
보름날만은 나물을 주인공으로 스타일링 해서 접시에 담아보자.




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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