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이 사용하는 말들의 원형을 찾아가는 작업은 중요하다. 인간이 내뱉는 말에는 어떤 의지와 파동이 스며 있다. 말에는 역사적 전통과 어떤 기운이 서려 있기 때문에 언어의 원형을 왜곡하고 잘못된 것은 그 말이 갖는 에너지와 역사성이 사라진 기능적인 역할만 활용할 뿐이다.

태초(太初)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바이블의 기록이다. <표훈천사(表訓天詞)>는 태초(太初)가 아닌 태시(太始)를 먼저라 썼다. 태시는 형상(形象)의 시작이다. 태초는 원기(元氣)의 시작이며, 성질(性質)의 시작은 태소(太素)이고 이 모두를 일러 혼돈의 시대, 즉 태역(太易)이라고 한다. 노자(老子)는 혼돈의 시대를 형상이 없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우주의 본체’로 허무(虛無)라 했다. ‘형상은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 마음과 감각에 의하여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표현함이며 그런 형태를 말한다’고 사전은 풀이했다. <표훈천사>는 1457년 세조(世祖)의 고사서 수거령의 사서 목록에 나온다.

저자로 알려진 표훈(表訓)은 화엄종(華嚴宗)의 고승으로 신라10성(十聖) 중 1인이다. 674년(문무왕 14) 의상(義湘)으로부터 배웠다. 삼국유사에 ‘표훈은 항상 천궁을 왕래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 기록을 보면 표훈은 천문(天文)에 대해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로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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